장르웹소설쓰기팁

장르소설 웹소설 작가 지망생을 위한 팁 8

김은아1971 2019. 2. 17. 02:31


작정하고 웃기려 하지 마라.
이건 저한테도 하는 말입니다.
제가 예전에 출간했던 글 분위기가 거의 그랬거든요.
쓰다 보니 의도치 않게 코미디가 됐고
이왕 그렇게 됐으니
작정하고 웃겨 보자 하는 결심을 하고 썼죠.
그런데 왜 내 글은 쓰는 족족 다 이 모양이지?
나도 무게 잡고 진중한 글을 쓰고 싶은데 말이지.
에휴...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가장 힘든 글이 로맨틱 코미디입니다.
요즘 지인들한테 추천받은 드라마를 몇 개 시도했는데
우연치 않게 모두 로코물이었습니다.
신신당부하듯 정말정말 재미있으니
꼭! 꼭!! 보라고 해서 본 건데
결국 보다가 말았습니다.
유치해서 못 보겠습니다.
드라마 분위기를 의식한 여주인공 연기가
몰입이 안 될 정도로 아주 깹니다.
참고 보려는데 과장된 연기 때문에
맹해 보이고 무매력이라는 생각이 드니까
더 이상 보기가 힘들더군요.
그러는 넌 얼마나 잘 쓰길래?!!!
하고 절 욕하실 수 있는데...
제가 그랬거든요.
제 글이 유치하다고 혹평하는 독자들한테.
그럼 네가 잘 써 보든가, 흥칫뿡!
본격적으로 PD 역할을 하면서
네임드 작가님의 원고를 선택하고
잘될 거라고 확신하며 출간했는데
예상과 달리 혹평이 줄을 이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엄청난 충격이었습니다.
내가 어떤 부분을 놓쳤던 걸까?
뭐가 잘못이었을까?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그런데 분석하고 또 분석하니

그 이유를 좀 알겠더군요.
바로 제가 위에서 설명했던 그 이유였습니다.
밝은 분위기로
천방지축인 여주를 내세워
작정하고 로코 분위기를 만든 작품이었는데
웃음에 대한 포인트와 취향이 달라서
유치하다,
도대체 어디가 웃긴 거냐?
과장된 억지 설정에
갈등을 해결하는 주인공들의 말과 행동이

비호감에 무매력이다.
이런 시니컬한 평을 듣게 된 거죠.
그래서 실험하듯 로코물을

기획에서 완전히 배제했습니다.
제가 주 독자층으로 삼아야 할 곳에서
절대 통하지 않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기어이 로코물을 쓰고 싶다고 한 작가님께는
그럼 남녀 주인공은 진중한 캐릭터로,
웃음 포인트는 조연이 담당하는 게 좋다는 권고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정말 웃긴 건
아무도 예기치 못한 지점에서
터져야 하는 거지
누가 봐도 작정하고 썼네, 하는 느낌이 들면

안 좋은 거라는 말씀드렸죠.
그리고 웃긴데 슬픈 작품 만드는 건 더 어렵습니다.
감정의 기복을 심하게 만들 수밖에 없는데
자칫 잘못하면 산만한 글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PD로서 가장 두려울 때가
작가님이 원고를 주시면서
“너무 웃겨요. 제가 쓰면서 떼굴떼굴 굴렀어요.”

라는 말을 하실 때입니다.
그런 원고를 보다가
도대체 어느 지점이 웃긴 걸까요?
왜 끝까지 읽었는데 전 단 한 번도 웃지 못한 거죠?
엉엉엉...
정말이지 전 깔깔깔 웃고 싶은데
펑펑 울고 싶어지는 순간입니다.
PD 혹은 편집자는 철저하게 독자를 의식하며 일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시니컬하게 혹평하는 독자들을 더 의식하게 되죠.
모든 독자가 굴러가는 나뭇잎만 봐도
깔깔깔 웃어 주는 10대 소녀 같은 감성을 가지면
참 좋겠는데 그렇지 않더라고요.
세상은 소수가 아닌 다수에 의해 굴러갑니다.
모든 콘텐츠도 마찬가지입니다.
몇몇 독자가 작가님과 유머 코드가 비슷해서
재미있다고 해 줄 순 있습니다.
하지만 단언컨대 독자들은 점점 더 시니컬해지고 있습니다.
어쩜 그래서 TV 프로그램 중
코미디 장르가 점점 외면을 받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로코물을 아주 좋아했던 제가 정반대로 변했듯 말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전부 로코물을 쓰지 말라는 말은 아닙니다.
첫 줄에 적어 놨듯이
작정하고 웃기려고 쓰면
오히려 참을 수 없는 가벼움에
독자들이 외면할 수 있으니
유의해서 쓰시라는 겁니다.
재미와 웃음, 감동을 주는 작품이
세상에서 가장 쓰기 어렵다는 말씀을 드리면서요.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어쭙잖게 작정하고 웃기려 하지 마세요.
그게 가장 힘든 일이니까요.